이십 년 전 햇병아리 교사였던 시절, 송혜명 선생님은 닮고 싶던 사람이었다. 고작 경력이 나와 이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베테랑 교사 같았다. 휴일에 나와서 일을 하라고 하는 교감 선생님께 당차게 대처하고 그 당시만 해도 남자 선생님들이 주로 하던 컴퓨터 관련 업무를 자진해서 맡아 척척 해냈다. 그러면서도 반 아이들 한명 한명에게 애정을 쏟으며 세심하게 살펴 반 아이들한테 인기도 많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선생님의 표정이 어두워졌고 말도 급속히 줄어들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동료 선생님께 물어보았다.
“ 혜명 선생님이 은영 선생님과 친하잖아요. 은영 선생님 반 교실 상황은 아시죠?”
나보다 일 년 선배인 은영 선생님은 순하디순해서 다른 사람이 싫어하는 말을 하지 못하고 화도 잘 못 냈다. 그런데 그 반 아이들이 드세다 보니 선생님이 휘둘린다는 소문이 돌았다. 심지어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교탁을 엎어 놓기도 하고 쉬는 시간처럼 큰 소리로 떠들며 논다고 들었다.
“ 은영 선생님이 복도에서 반 아이한테 교무실에 서류 좀 갖다주라고 했대요. 그런데 아이가 ‘네가 갖다줘. 이 미친년아.’라고 말하며 서류를 선생님께 던졌대요. 그걸 지나가다 본 혜명 선생님이 아이를 혼냈어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선생님한테 어떻게 그런 말을……. 충격적이었다. 현실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니.
“ 그 아이 학부모가 옆 반 선생님이 왜 우리 아이를 혼내냐고 교무실을 발칵 뒤집어 놓았어요. 계속 찾아온대요.”
“ 아니, 말도 안 돼요! 자기 자식이 잘못했잖아요.”
“ 그게……. 그 학부모는 왜 아이가 꾸중을 들었는지 모른대요.”
“ 네? 그게 무슨 말이래요? 그럼, 선생님께 욕하고 종이 던져도 된다는 건가요?”
“ 그게 아니라.”
잠시 후에 나온 선생님의 대답은 나의 흥분을 싸늘하게 식혔다.
“ 은영 선생님이 아이가 자신한테 그런 행동을 한 게 너무 부끄럽고 창피하니까 혜명 선생님께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어요. 아이는 당연히 자기가 잘못한 것은 쏙 빼놓고 혼난 사실만 부모님께 일렀어요. 그래서 학부모는 왜 혼났는 지 몰라요.”
은영 선생님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본인의 잘못이 아닌데 왜 감추려고 하는지. 심지어 자신을 위해 나서 준 동료마저 곤경에 처하게 하면서까지.
그로부터 두 해가 지나고 나는 육 학년 담임이 되었다. 우리 반에는 유진이라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는 학교에서 꽤 유명했다. 유진이는 학교 안팎에서 규칙을 잘 지키지 않았고 주말마다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남자들과 어울려 다니곤 해서 선생님들은 생활 지도에 애를 먹었다. 그래서 작년 담임 선생님께 조언을 구했다. 선생님은 유진이에 대해
어찌나 반항적이고 자기 멋대로인지 감당이 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무섭게 대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셨다. 그리고 잘못했을 때는 가차 없이 몇 번 엎드려뻗치게 하고 매를 들었더니 그 후 별일은 없었다고 덧붙이셨다. 그 당시만 해도 체벌이 허용되었던 시절이었다. 아이들을 때리고 싶지는 않지만, 체벌 없이 베테랑 선생님도 쩔쩔매는 반항아를 내가 잘 다룰 수 있을까? 작년 담임 선생님처럼 나도 아이가 잘못했을 때는 엎드려뻗치게 하고 매를 들어야 하나? 그래도 엎드려 뻗치게 하는 것은 너무 심한데……. 그건 아닌 것 같아. 그래도 초반에 체벌해야 나중에 교실 붕괴를 막을 수 있지 않나? 따뜻한 사랑으로 감화시키며 변화를 이끌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자신이 전혀 없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복잡하게 뒤엉켜 마음이 무거워졌다. 결국 어떻게 대할지, 체벌할지 안 할지에 대해 아무것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유진이를 만나게 되었다.
유진이는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반항아 기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큰 덩치에 느긋하고 온화해 보여 정감이 갔으며 수업 시간에도 그럭저럭 잘 참여했다.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으며 은근한 영웅심이 있어 자신이 중심이 되는 것을 좋아했다. 그 영웅심도 지극히 아이답게 귀여웠다. 다만, 숙제를 해 오지 않았다. 반 아이 중에는 대여섯 명 정도가 늘 숙제를 하지 않았다. 여러 번 타이르고 남겨서 숙제를 해결하도록 해 봤지만 숙제를 안 해오는 아이들이 줄기는커녕 점점 늘어났다. 기존에 사용한 내 방식들이 효과가 없는 것 같아 매를 들었다. 막대기로 손바닥을 한 대씩 때렸는데 아플까 봐 살살 내리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벌받는 것이 아니라 색다른 이벤트로 여기며 웃으며 손바닥을 내밀었다. 이렇게 훈육이 장난처럼 되어 버리면 효과가 없을 거라는 걱정이 밀려왔지만 이미 그렇게 흘러가 버려서 체념하고는 이왕 이렇게 된 것 화기애애한 분위기나 즐기자고 생각했다.
유진이 차례가 되었다. 막대기를 들었는데 유진이가 그것을 잡고 빼앗았다. 그리고 막대기로 나를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거세게 날아오는 매는 아프다기보다는 얼떨떨했다. 현실이 나와 유리돼 붕 떠버려 마치 꿈처럼 느껴져 아무것도 감각할 수 없었다. 그러다 지면 끝이라는 위기의식이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와 나를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했다. 유진이는 나를 우습게 여길 거고 우리 교실에서 아무도 유진이를 막을 수 없게 된다. 나는 우리 반 아이들을 그리고 유진이를 위해서도 절대 지면 안 된다. 여기까지 결론이 나자,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얼굴, 가슴, 등으로 날아오는 막대기를 두 팔로 막다가 온 힘을 다해 뺏었다. 유진이는 다시 그 막대기를 뺏으려고 했고 나는 뺏기지 않으려고 막대기를 휘둘러 유진이의 팔 옆 부분을 때렸다. 나보다 크고 힘이 센 유진이는 손쉽게 막대기를 뺏고는 다시 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육탄전이었다. 막대기를 뺏고 빼앗기면서 맞고 때렸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고 나중에는 온몸의 힘이 다 소진해,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어졌다. 될 대로 되라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난 이 아이들의 선생님이었다.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남아 있는 힘을 긁어모아 정신력으로 간신히 버텼다. 유진이가 백기를 들었다.
“ 선생님, 잘못했어요.”
막대기를 내려놓았다. 교실 앞으로 가서 의자에 무너지듯 앉았다. 아이들은 너무 놀라서 미동도 하지 않고 나만 바라보고 있었고 몇몇 아이들은 훌쩍거리며 울고 있었다. 아이들을 더 이상 볼 자신이 없어 의자를 돌려 창문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이 교시 시작하는 종이 울렸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온몸이 텅 비어 버린 것 같았다. 선생님인데 아이와 치고받고 싸웠다는 사실이 참담했다. 유진이와는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이 교시 끝나는 종이 울릴 때까지 그렇게 넋이 나가 있었다. 유진이가 소리 내 울면서 고개를 푹 숙이며 내게 다가왔다.
“ 선생님, 제가 정말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우리 엄마한테 말하지만 말아 주세요. 엄마가 알게 되면 전 죽어요.”
나는 벌떡 일어나서 유진이를 끌어안았다.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유진이가 먼저 내게 손을 내밀어 줘서 정말 고마웠다.
“ 걱정하지 마, 엄마한테 말씀드리지 않을게. 사과해 줘서 고마워. 선생님도 미안해.”
우리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에 안심이 되어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한참을 서로 껴안고 울었다. 흥분이 가라앉고 이성을 찾게 되니 유진이가 사과한 것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쳐서라기보다는 엄마가 무서워서 그런 것이라는 현실이 보여 씁쓸했다. 엄마 때문에 사과한 것이라면 앞으로 비슷한 일이 또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후로 유진이는 다시는 반항하지 않았다. 그리고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친근하게 굴며 나를 믿고 따랐다. 나도 유진이 특유의 그 넉살이 좋았고 유진이와 있을 때면 마음이 편안했다.
유진이와 나는 해피 엔딩으로 끝났지만, 누구에게도 학생한테 맞은 일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 유진이가 엄마한테 말하지 말라고 부탁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유진이가 그런 부탁을 했을 때, 실은 마음속 깊이 안도했다. 내 입으로 학생한테 맞았다는 것을 말한다는 것은 치욕이었다. 그 말은 ‘도대체 평상시에 선생님이 어떻게 대했기에 학생한테 맞냐, 혹은 선생님이 얼마나 우습게 보였으면 학생이 때리냐?’라는 상상과 평가를 불러일으켰다. 이미 초토화된 마음에 이차 폭격을 맞고 싶지는 않았다. 은영 선생님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은영 선생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같은 선생님인 나조차도 아이의 무례한 행동에 분노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선생님으로서의 자질을 저울질하며 권위 있게 행동하셨으면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은영 선생님을 탓하고 있었으니까. 나는 유진이를 함부로 대하지 않았으며 유진이가 나를 우습게 여기지도 않았다는 진실을 분명히 알고 있는데도 유진이가 나를 때렸다는 사실이 떠오를 때마다 무능한 교사라는 자괴감에 고통스러웠다.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상처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한테도 비난받지 않았는데, ‘도대체 평상시에 선생님이 어떻게 대했기에 학생한테 맞냐, 혹은 선생님이 얼마나 우습게 보였으면 학생이 때리냐?’는 사회적 편견은 이미 내 속에 뿌리를 내린 채, 진실을 왜곡하고 나를 조롱했다. 아무도 알지 못하니 나만 잊어버리면 된다고 되뇌며 더 이상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로부터 삼 년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신문 기사를 봤다. 학생들이 선생님을 폭행했다는 내용이었다. 선생님이 아이 세 명을 교실에 남겨 숙제하라고 체벌하던 중에 아이들이 집단으로 선생님을 주먹으로 때리고 발길질했다. 이미 유진이와의 일은 기억의 저편으로 보내는 데 성공을 거둔 나는 그 일이 나와는 무관한 일로 느껴졌다. 똑같은 노래를 되풀이 재생하는 음악 플레이어처럼 자동으로 ‘선생님이 얼마나 평상시에 아이들을 때렸으면 아이들이 그러나.’는 생각이 흘러나왔을 뿐이었다.
그로부터 석 달 후, 선생님들과 만나서 식사를 했다. 한 선생님이 말씀을 꺼내셨다.
“ 소연 선생님, 몸은 좀 어떠세요? 학교에서 큰일이 있으셨다면서요.”
한소연 선생님은 작년에 내 옆 반이었는데 전근 가셔서 현재는 다른 학교에 근무 중이었다. 경력이 십 년 정도 되셨는데 현명하게 아이들을 잘 지도하셔서 그 반은 늘 무탈했다. 그런데 큰일이라니? 소연 선생님은 지금은 괜찮다면서 걱정해 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 무슨 일이 있으셨어요?”
“ 아이 세 명이 저를 때려서 병원에 입원했었어요.”
“ 네? 혹시 신문에 나왔던?”
“ 맞아요. 저예요.”
믿을 수가 없었다. 소연 선생님은 키는 조그마했지만, 은근한 위엄이 있어서 그 반 아이들은 항상 차분했고 선생님을 잘 따랐다. 아이한테 맞을 만큼 강단이 없지도 평상시에 아이들을 막 대하시는 분도 아니었다. 선생님은 그날 일을 소상하게 밝히시며 너무 억울해서 그냥 지나갈 수 없어서 학교에 이야기하셨다고 하셨다. 어쩌면 자신의 치부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저렇게 거침없이 공개하시다니! 개인적 자리를 넘어서 공론화까지 시킨 소연 선생님은 다른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지 두려워하며 사회의 눈 밖에 벗어날까? 불안에 떨던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용기에 입이 쩍 벌어졌다.
선생님, 학생이란 하나의 카테고리 속에는 수많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고유하게 존재하고 각각의 다양한 사연들이 얽혀 있다. 그러다 보니 사회의 판에 박힌 상상력과 평가를 넘어서는 일들이 수도 없이 벌어진다. 온 촉각을 바깥에 두다 보니 내가 무엇을 겪었고 느끼고 생각하는지를 제대로 들여 보지 않았고 그러는 사이 내가 겪은 진실을 스스로 판에 박힌 사회적 편견 속으로 구겨 넣어 버렸다. 하지만 한소연 선생님은 ‘ 나는 이것을 겪었다. 내가 겪었기 때문에 이것을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까 내가 큰 소리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셨다. 사회의 편견을 가뿐히 뛰어넘고 자신이 겪은 진실을 드러내셨다. 저래도 되는 거구나. 아니, 저래야 했다. 틀이 확 깨졌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신문 기사를 보고 나처럼 ‘선생님이 얼마나 평상시에 아이들을 때렸으면 아이들이 그러나.’ 같은 사회의 통념과 한계에 갇힌 생각에 그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소연 선생님 자신만큼은 자신의 시선으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조망했다. 그리고 그것은 사회의 시선과 동일시하며 나를 잃어버린 채 죽어 있는 나를 일깨웠다. 그녀는 피해자나 가해자가 아니라 주체자였다. 그녀처럼 자유롭고 솔직해지고 싶어졌다. 이제는 감추고 싶던 진실을 드러낼 때였다. 나도 내 이야기를 내 목소리로 다시 써 내려가야겠다.
그래, 사실 나는 학생한테 맞았고 치고받고 싸웠다. 그래서 뭐? 나는 무능하지 않고 아이도 나쁜 학생이 아니다. 우리는 서로 잘 지냈고 나름 잘 먹고 잘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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